올해 1분기 생애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한 사람의 숫자가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세가 조금씩 둔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인 데다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가 많은 영향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3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을 산 매수자는 모두 6만8105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1분기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치다. 집합건물은 한 동의 건물에서 구조상 구분된 부분이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구분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이 모두 포함된다.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는 2021년 1분기 14만896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1분기에는 8만7660명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역대 가장 적은 6만8105명으로 줄었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금리가 높아졌고, 집값도 계속 하락세를 타면서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 중 30대 이하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 중 30대 이하는 53.3%(3만6296명)로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정부가 청년 특별공급을 도입하는 등 젊은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혔음에도 고금리의 문턱을 넘지는 못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1분기 서울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는 5172명으로 역대 최소였다. 경기 2만3510명, 인천 5635명, 부산 4966명, 충남 4698명, 대구 3326명 등으로 조사됐다.
무주택자가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서 청약통장 가입자수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수는 2605만7127명으로 전월 대비 8만645명 줄었다.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금리 인하로 방향이 전환되지 않는 한 내 집 마련 실수요가 증가하기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주택 매매시장이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조금씩 살아나는 가운데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승 거래’ 비중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올해 3∼4월 거래된 아파트 매매가격을 1∼2월과 매매가격과 비교 분석한 결과 1만3242개 주택형 가운데 57.6%(7624개)의 실거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간 조사에서는 64.6%가 직전 두 달에 비해 하락 거래였는데, 올해 3∼4월은 하락 거래 비중이 40%로 감소하고, 상승 거래가 절반을 넘은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3월 이후 시중은행 금리가 하향 안정되고,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도 감소하면서 시중의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일부 매매 호가도 오르면서 실거래가 상승 거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